Musical The Lion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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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퍼펫, <라이온 킹>을 <라이온 킹>답게

2019.05.23

<라이온 킹>을 뮤지컬로 만들기로 했을 때 디즈니 안팎에서는 ‘불가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왜일까.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그것도 시공간의 한계가 있는 무대로 옮기는 것 때문에? 아니다. 디즈니는 이미 <미녀와 야수>를 뮤지컬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라이온 킹>에 등장인물이 모두 ‘동물’이라는 데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을 이야기할 때, 줄리 테이머는 마스크와 퍼펫으로 문제를 간단하고도 예술적으로 해결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 등장하는 동물은 총 25종이며, 모든 동물의 수를 더하면 족히 수백 마리가 넘는다. 이렇게나 많은 동물을 무대에 등장시키기 위해 가발 45개, 마스크 200개, 퍼펫(Puppet) 225 개, 의상 400벌이 사용된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마스크 제작에 1만 7천 시간이나 소요되었는데, 대략 2년이 걸린 셈이다. 줄리 테이머는 단순히 동물을 형상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핵심은 유지하면서 예술성을 가미하는 것’을 가장 중점에 두고 디자인에 참여했다. 그 목적 그대로 <라이온 킹>은 상징적이고 예술적인 이미지로 사바나 초원의 동식물을 구현했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 인형극에서 영향을 받은 다양한 퍼펫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는 한편, 무대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스펙터클한 장면을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더블 이벤트 Double Event
<라이온 킹>의 모든 마스크와 퍼펫은 종류와 쓰임이 다르지만, 한가지 ‘배우가 관객에게 보여야 한다’는 점은 같다. 줄리 테이머는 동물과 인간이 동시에 보이는 더블 이벤트(Double Event)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그녀는 무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객에게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마스크 뒤의 배우가 드러나길 원했고, 무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객이 알아차리길 바랐다. 줄리 테이머는 궁극적으로 관객들이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극 중 여백을 채우길 원했다. 그녀는 이를 통해 관객이 무대 위 사건을 직접 경험하길 바란 것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사람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동물을 보게 되고, 동물의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마스크 Mask
<라이온 킹>의 마스크는 동물을 단순하게 형상화한 아프리카 마스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세세한 묘사보다는 단순한 선 하나에도 인물의 특징을 간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왕 무파사의 가면은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원으로 형상화되었고, 그의 사악한 동생 스카는 역삼각형 얼굴에 눈에 길게 상처를 냈다.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머리에 얹는 방식으로 착용한다. 사자 마스크는 나이에 따라 그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어린 사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청년기 사자 마스크는 하관이 없다. 성인이 되어야 온전한 사자 얼굴이 담긴 마스크를 쓸 수 있다. 성인 사자의 마스크는 상황에 따라 배우의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조종이 가능하다. 그래서 무파사와 스카의 마스크는 움직이지 않는 고정형과 콘트롤러로 움직일 수 있는 비고정형의 두 가지 형태의 가면을 사용한다. 마스크는 의학용으로 사용되는 열가소성 수지로 만들어져 매우 가볍다. 가장 가벼운 사라비 마스크는 110g에 불과하고, 무파사 마스크가 300g, 스카 마스크가 190g 정도다. 

그림자 인형 Shadow Puppet
<라이온 킹> 곳곳 등장하는 그림자극은 대체로 인도네시아 인형극인 ‘와양(Wayang)’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와양은 자바섬에서 유래한 전통 인형극으로, 일반적으로 그림자극을 뜻하지만 인형의 종류나 극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된다. 그림자극 외에도 막대 인형을 사용하거나 인형극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사람이 가면을 쓰고 극을 진행하기도 한다. <라이온 킹>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와양은 그림자극인 ‘와양 쿨리트(Wayang Kulit)’다. 와양 쿨리트의 그림자 인형은 신체가 분절되어 막대에 연결되어 있고, 인형 조종사는 각 막대를 이용해 인형을 조종한다. 여기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함께 극을 만든다. <라이온 킹>에서는 극 초반 무파사와 어린 심바가 초원을 달리거나 표범과 기린이 달리는 장면 등에서 와양 쿨리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막대 인형 Rod Puppet 
코뿔새 자주는 여러모로 유일한 퍼펫이다. 주요 캐릭터 중 유일한 조류이며, 얼굴은 물론 몸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퍼펫이다. 자주는 인형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대 인형으로, <라이온 킹> 퍼펫 중에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퍼펫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 퍼펫의 무개는 약 2kg이며 깃털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 자주는 머리와 몸통에 달린 막대로 조종하는데, 각 막대는 눈과 입 그리고 날개를 움직일 수 있다. 몸 전체를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퍼펫에 비해 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주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사람이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많이 드러난다. 배우의 의상이 서양식 정장일뿐더러 다른 캐릭터에 비해 퍼펫과 배우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줄리 테이머가 애초에 원했던 ‘더블 이벤트’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다. 관객들은 적극적인 상상력을 통해 배우와 퍼펫을 동일시하며, 더블 이벤트 효과를 직접 체험한다. 

분라쿠 Bunraku
<라이온 킹>의 개그 콤비 티몬과 품바 중 미어캣 티몬은 일본의 전통극 분라쿠를 차용했다. 분라쿠는 인형을 이용해 극을 전개하지만 어린이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분라쿠 인형은 세 사람이 조종한다. 주조종사(Master puppeteer)가 머리와 오른팔을 조종하고, 다른 두 사람이 나머지 팔다리 연기를 맡는다. 주조종사는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다른 조종사들은 검은 천으로 몸을 가린다. 티몬을 연기하는 배우는 분라쿠의 주조종사처럼 신체를 드러내지만, 녹색으로 분장해 마치 배경인 수풀처럼 보이게 했다. 배우는 한 손으로는 티몬의 머리를 조종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팔 한쪽을 움직이며 연기한다. 또 퍼펫의 발을 배우의 발과 연결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했다. 한편, 티몬의 친구 혹멧돼지 품바의 의상은 약 20kg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의상 중 가장 무겁다. 

인형 조합술 Corporate Puppetry
<라이온 킹>에는 동물이 떼로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줄리 테이머는 배우 한 명이 동물 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인형 조합술’을 선보인다. <라이온 킹>에서 일반적인 인형 조합술은 한 배우가 머리나 팔에 동물 인형을 달고 등장하거나 긴 장대에 새 모형 여러 개를 달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배우 한 명이 서너 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여줄 수 있다. 또 새로운 장치를 고안한 것도 있는데, 일명 ‘가젤 수레’다. 수레에 원 모양의 장치들을 연결하고, 그 위에 가젤 인형을 달아서 마치 점프하며 움직이는 가젤 떼를 표현한다. 가젤 수레는 단순히 동물 떼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극의 주제인 ‘생명의 순환’이라는 원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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